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재원으로 「 우간다 수인성 질환 감소 및 예방 사업 (2025-2026) 」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업의 지원을 통해 건강한 학교생활을 되찾은 두 어린이의 이야기를 우간다사무소에서 보내왔습니다. 깨끗한 물이 아이들의 건강과 배움,
그리고 일상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현장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빈 물병에서 열린 수도꼭지까지
■ 깨끗한 물이 부소가(Busoga) 지역의 한 학교에 어떻게 건강과 존엄성, 그리고 교실의 생기를 되찾아주고 있는가
우간다 부소가(Busoga) 지역에 위치한 음푸무데 에스테이트 초등학교(Mpumudde Estate Primary School)에 다니는 두 아이의 이야기는,
물 부족이 아이들에게서 단순히 건강뿐만 아니라 집중력과 존엄성, 그리고 깨끗함을 느낄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어떻게 소리 없이 빼앗아 가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직면했던 문제였고, 또한 변화된 현실입니다.
수년 동안 이 학교에서 일과가 끝났음을 알리는 가장 확실한 신호는 마지막 수업 종소리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수백 개의 책가방 속으로 씻지 않은 식기들이 들어가는 달그락 소리였습니다. 식기를 씻을 물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온종일 갈증을 견뎌왔던 것처럼
점심 식기를 씻지 못한 채 조용히, 불평 한마디 없이 그대로 집으로 들고 가야 했습니다.
12세의 6학년 서반(Primary Six West) 학생인 바타바지 와합(Batabazi Wahab)은 그 침묵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와합은 많은 어른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깨끗한 물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사진 설명: 우간다 진자 시 음푸무데 에스테이트 초등학교 6학년 서반에 재학 중인 12세 바타바지 와합.
새로운 시설이 생기기 전, 와합과 수백 명의 급우들은 매일 방과 후 씻지 못한 점심 식기를 가방에 넣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 사진: KOFIH 우간다 사무소)
● 교실까지 따라온 갈증
새로운 식수 및 손 씻기 시설이 구축되기 전, 물은 학교 생활에서 소리 없는 가장 큰 고통 중 하나였습니다. 학생들은 배울 준비를 하고 등교했지만, 갈증은 늘 교실까지 그들을 따라왔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집에서 물을 싸 오기도 했지만 정오가 되면 바닥을 드러냈고, 어떤 아이들은 주머니에 동전 몇 개가 있을 때 물을 사 마셨습니다. 그마저도 없는 아이들은 그저 참고 견뎌야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갈증은 단순히 신체적인 고통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갈증은 집중력마저 빼앗아 갑니다. 선생님이 수업을 설명하고 있어도, 아이들의 마음은 온통 물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입안은 바짝 마르고 몸은 무거워지며, 단 하루의 학교 생활이 실제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갈증은 아이들이 서로를 돌보는 방식마저 바꾸어 놓았습니다. 한 학생이 물을 가져오면, 물이 없는 친구들이 같은 물병으로 한 모금만 나눠 마시자고 요청하곤 했습니다.
이는 다정한 나눔이었지만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기침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하나의 물병 입구가 아이에서 아이로 옮겨 다니며 기침을 확산시키는 원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물이 없는 아이들이 많아서 물병 하나로 여러 명이 나누어 마셔야 했습니다. 그러다 한 아이가 기침을 시작하면, 곧 다른 아이들도 쿨럭이는 소리가 들리곤 했죠.
새로운 식수대가 생긴 덕분에 이제 모든 아이가 물병을 나눠 쓰지 않고도 물을 마실 수 있어 훨씬 안전해졌습니다."
- 리디아 나이기노 키리아(Lydia Naigino Kiirya), 음푸무데 에스테이트 초등학교 교감
고통은 마지막 수업이 끝나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점심 식사 후 아이들은 식기를 씻을 물이 필요했지만, 쓸 수 있는 물은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더러워진 식기를 다시 가방에 넣고 집으로 가져가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와합은 어린아이 특유의 투박하지만 솔직한 어조로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전에는 식기가 더러워도 그냥 가방에 넣어서 집에 가져가 씻어야 했어요."
- 바타바지 와합 (12세, 6학년 서반)
13세의 7학년 서반(Primary Seven West) 학생인 무코다 필리스(Mukodha Philis)에게 가장 힘든 기억은 병원 입원 치료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날이었습니다.
몸이 좋지 않아 의사가 깨끗한 물과 함께 복용하라고 준 약이 있었지만, 학교에 돌아왔을 때 마실 물을 구할 수 없는 현실은 여전했습니다.
"병원에서 깨끗한 물과 함께 먹어야 한다며 준 약이 있었어요. 학교에 돌아왔는데 여전히 물을 구할 수 없었죠. 그땐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 무코다 필리스 (13세, 7학년 서반)

(사진 설명: 같은 학교 7학년 서반에 재학 중인 13세 무코다 필리스. 깨끗한 물과 함께 먹어야 하는 약을 들고 병원에서 돌아왔을 때도 학교에서 물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필리스는 "아이가 절대 걱정하지 않아야 할 일들이 있어요"라고 말합니다. / 사진: KOFIH 우간다 사무소)
● 수도꼭지가 설치되던 날
2025년, 그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과 우간다 총리실(OPM)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그리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의 지원으로 진행된
「수인성 질환 감소 및 예방 사업 (2025-2026)」을 통해 음푸무데 에스테이트 초등학교에 새로운 식수 및 손 씻기 시설이 건립되었습니다.
시설의 구조 자체가 웅장하거나 화려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존엄성이 지켜지는 공간에서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뿐입니다. 지나가는 방문객에게는 평범해 보일지 몰라도,
와합과 필리스에게 이 시설은 세상을 통째로 바꾸어 놓은 변화였습니다.
이제 식기는 깨끗하게 씻겨 집으로 돌아갑니다. 예전처럼 기침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일도 사라졌습니다. 아이들은 더 이상 물병 하나에 여러 명의 입을 대지 않아도 되며,
병원에서 약을 가지고 돌아온 아이도 갈증 없이 언제든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위생 보고서에 적히는 한 줄의 문장들이 아닙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일상적인 존엄성, 즉 가장 근본적인 권리가 되돌아온 것입니다.
"이제 목이 마르면 그냥 가서 물을 마셔요. 물이 늘 거기에 있고, 깨끗해요. 더 이상 물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 바타바지 와합 (12세)
● 지역 보건 요원에게 다가온 의미
지역사회의 건강을 책임지는 이들에게 이 변화는 눈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수치로도 증명되는 성과입니다.
"오늘날 음푸무데 에스테이트 초등학교에 걸어 들어갈 때, 저는 보건 관료로서 결코 당연하게 여길 수 없는 광경을 봅니다. 바로 아이들이 학교에 건강하게 출석해 있는 모습입니다.
이를 가장 확실하게 증명해 주는 것은 인근 보건소의 환자 대장입니다. 대기실을 가득 채우곤 했던 콜레라나 복통 같은 이 학교 및 지역사회 아동들의 수인성 질환 발생 건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습니다.
예방 가능한 수인성 질환으로 아픈 아이들을 치료하는 데 쓰이지 않게 된 비용은, 점차 늘어나는 비감염성 질환(NCD)에 대응하는 데 소중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안전한 물은 단순히 생명을 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보건 재원을 해방시켜 줍니다. 이 일을 가능하게 해 주신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진자 시 보건청장 (Jinja City Health Officer)
● 깨끗한 물 한 모금
아이들의 물병은 더 이상 비어있지 않습니다. 수도꼭지는 활짝 열려 있습니다. 그리고 음푸무데 에스테이트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이제 학교에서의 하루는 결코 특별해서는 안 될,
그러나 너무나 소중한 행위로 시작하고 끝이 납니다. 바로 깨끗한 물 한 모금을 마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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