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제6대 이사장으로 김창엽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가 임명되어, 11월 1일 월요일 취임식을 진행했다. 신임 이사장은 향후 3년간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을 대표하고 재단의 업무를 통할하는 직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취임사 전문>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임직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이사장으로 취임한 김창엽입니다.
먼저 제가 일을 시작하는 시기의 의미를 되새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로 2021년이 2개월 남았습니다만, 올해는 재단 창립 15주년이자 코로나 19가 발생한 지 2년 가까이 되어가는 시기입니다. 저는 올해부터 몇 년간이 재단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기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국제보건이 새로운 지향과 질서를 모색하는 시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국제보건의 포스트 코로나 체제가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에 재단은 지난 15년간 축적된 성과와 역량을 바탕으로 새롭고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역사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기관 내부로는, 우선 지난 15년간 재단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오신 직원 여러분들의 노고에 축하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故 이종욱 제6대 WHO 사무총장의 뜻을 모아 2006년 설립된 재단은 아시아·아프리카의 9개 해외사무소를 중심으로 현지 수요기반의 사업을 수행하여, 모자보건 등 주요 사업의 핵심 지표 개선을 통해 협력국 보건체계를 강화하는 데에 일조했습니다.
특히 전례 없는 코로나 19 유행, 일부 국가의 정치적 불안, 국내 여건의 변동 등 좋지 못한 업무 환경에서도 해외사무소를 건실하게 유지, 운영하였으며, 긴급하게 필요로 하는 의료 물품을 적시에 지원하고, 감염병 관리 교육과정을 신설하는 등, 적극적인 사업추진으로 협력 대상국의 신뢰를 얻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 외국인 근로자 사업의 대면 교육 및 강의를 온라인으로 전면 확대하고, 코로나19 감염으로 어려움을 겪은 아리랑 요양원 입소 어르신을 위한 원격진료 체계 마련을 검토하는 등, 전대미문의 국제보건 위기 상황에서도 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으로 들었고 또 그렇게 판단합니다.
그렇지만, 코로나 19 팬데믹과 포스트 코로나 상황은 분명 도전적이고, 결코 쉽지 않은 과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책임과 역할을 요구받게 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환경 변화는 국제 보건협력의 원리와 거버넌스, 방법론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점입니다. 저는 팬데믹 상황에서 경험한바, 앞으로 국제보건의 원리와 방법은 지원이나 원조(aid)로부터 협력(cooperation)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적 논의가 다양하게, 때로는 백가쟁명 식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고 할 때, 한국 국제보건이 어떻게 이에 참여하고, 나아가 국제적으로 책임을 다할지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감염병 관리와 이를 위한 체계 구축에 대한 개발도상국의 지원 요구는 한층 높아질 것입니다. 또한, 감염병 관리는 물론 모성보건을 비롯한 필수보건의료 서비스를 유지하는 데도 보건의료체계 강화의 전략이 한층 더 강조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개별 프로젝트 중심의 접근을 뛰어넘는 장기 계획과 대규모 재정 지원, 세부 전문 활동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조건에서 재단이 가장 높은 수준의 정책과 사업을 개발하고 실행해 나가려면 결국 재단 임직원 모두가 힘을 합해 개인과 조직의 역량을 키우고 적절한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차차 준비하고 실천해야 하겠습니다만, 무엇보다 여러분과 소통하고 함께 고민해 나가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소통과 교류를 바탕으로 상호학습이 촉진되고 집단지식 또는 조직지식이 탄탄해져야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을 잘 헤쳐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재단은 그중에서도 전문성을 강화하고 관리 역량을 키우는 과제가 우선순위가 높은 것으로 듣고 있고 또한 공감합니다.
재단이 보건의료 분야 전문기관으로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론과 실천 수준 모두 글로벌 보건 이슈와 사업, 과학적 방법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국제기구, 학계, NGO 등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전문성을 키우고, 실천을 통해 재단의 지식과 역량이 외부로 확산되면서 국내외로 바람직한 ‘인식 공동체(epistemic community)’를 형성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념과 철학, 과학적 지식과 방법론, 그리고 실천적 전문성이 보건사업 개발이나 수행이라는 실천으로 이어지려면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며 민주적인 기관 운영이라는 기반이 필요합니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 상황에서 최대한 양질의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관의 특성에 맞는 창의적이고도 책무성 높은 조직 운영의 원리를 공고하게 하고 적절한 구조와 기능을 개발해야 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과제는 어느 한 가지도 몇몇 개인이나 관리자에만 의존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저 또한 할 수 있는 역할과 기여를 통해 재단 임직원 모두와 함께 협력하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포스트 코로나라는 새로운 기회를 통해 재단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국제적인 건강 불평등을 해결한다는 인류 공통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자는 부탁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11월 1일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이사장 김창엽